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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으로 알아보는 말라리아

by 만인포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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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리스, 소아시아, 이집트, 페르시아를 정복하며 사상 초유의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그는 당시 세상의 끝이라 여겨지던 인도의 문턱까지 도달했지만, 오랜 원정에 지친 병사들의 반발로 어쩔 수 없이 귀환을 결정해야 했죠. 그러나 알렉산드로스의 야망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라비아 반도를 정복하고 아프리카를 한 바퀴 돌아 카르타고까지 공격하려는 계획까지 세웠으니까요.

하지만 뜻밖에도 그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며 계획은 물거품이 됩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고열과 간헐적인 회복,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고열. 그렇게 열흘간 지속된 고열 끝에 바빌론에서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토록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영웅치고는 허망한 죽음이었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 원인은 말라리아?

그의 죽음을 두고 수많은 학자와 역사가들은 다양한 가설을 제시해왔습니다. 급성 알코올 중독, 독살설, 잘못된 치료로 인한 합병증 등 설이 분분했죠. 그러나 현대 학계에서는 말라리아를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손꼽히는 말라리아는 지금도 여전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입니다.

천연두와 페스트는 이미 박멸되거나 항생제로 치료 가능한 질병이 됐지만, 말라리아는 여전히 현역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있으며, 매년 약 40만 명이 이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 중 40명 중 1명꼴로 감염되어 있는 셈이죠.

말라리아의 전염 경로와 치명성

말라리아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모기를 통해 전염됩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밝혀진 건 불과 120여 년 전, 1902년의 일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은 말라리아가 '나쁜 공기(mal-aria)'에 의해 감염된다고 믿었죠. 이러한 오해는 열대 지역 진출과 식민지 개척에도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유럽 세력의 아프리카, 동남아, 아메리카 진출 과정에서도 말라리아는 주요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심지어 아프리카 원주민들 사이에서도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아메리카 원주민 대신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들여온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해집니다.

말라리아 병원체와 증상

말라리아의 원인은 말라리아 원충이라는 원생동물입니다. 이 병원체는 모기를 중간 숙주로 삼아, 모기가 사람을 물 때 체내로 침투합니다. 체내에 진입한 원충은 간으로 이동해 증식한 뒤, 적혈구에 침투해 다시 증식하는 과정을 반복하죠. 이때부터 주기적인 고열과 오한,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말라리아의 특징은 고열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 고열이 지속되면 환자는 극심한 탈수와 쇠약을 겪으며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합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역시 이 같은 증상을 겪은 것으로 추정되며, 말라리아로 인해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치료제의 역사

과거에는 말라리아의 치료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해열과 해독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약초와 민간요법에 의존했죠. 그러던 중 남아메리카의 케추아인들이 사용하던 킹코나 나무의 껍질이 말라리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1820년 킹코나 나무 껍질에서 퀴닌이라는 성분이 추출되면서 본격적인 치료제가 등장하게 됩니다.

퀴닌은 오랫동안 말라리아 치료제로 활용됐지만, 심각한 부작용과 쓴맛 때문에 점차 사용이 줄어들었고, 1934년에는 클로로퀸이 개발되었습니다. 클로로퀸은 효과와 안정성을 갖춘 치료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폭넓게 사용됐지만, 말라리아 원충의 내성 문제로 점차 효과가 감소했습니다.

기적의 약, 아르테미시닌의 탄생

1972년, 중국의 약학자 투유유가 고대 의서를 탐독하며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을 발견해냈습니다. 바로 아르테미시닌입니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학문 활동이 억압받던 시기였음에도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말라리아 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밀리에 신약 개발을 진행한 것입니다.

투유유는 190번의 실험 끝에 개똥쑥에서 말라리아에 효과적인 물질을 추출해냈고, 이는 말라리아 치료제 1티어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 공로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말라리아 백신 개발의 어려움

여전히 말라리아의 위협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문제는 말라리아 백신 개발이 매우 어렵다는 점인데요. 바이러스나 세균과 달리 원생동물인 말라리아 원충은 복잡한 생활사를 거쳐 모기와 인간을 오가며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 말라리아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전히 임상적 효과와 보급에 한계가 있어 전 세계적인 접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 말라리아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연구자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정리하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에서 시작된 말라리아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인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의 난관과 약물 내성 문제로 인해 말라리아는 여전히 인류의 주적 1호라 불릴 만한 전염병입니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전히 모기 퇴치와 방충이며, 고위험 지역 여행 시에는 예방약 복용과 모기장, 모기 기피제 사용이 필수적입니다. 인류가 말라리아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