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를 겪으며 많은 여성분들이 불편한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받습니다. 안면홍조, 불면, 우울감, 관절통, 골다공증 위험 증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증상 완화를 위해 ‘호르몬 치료’를 고려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분들이 유방암 위험 때문에 치료를 꺼려하시곤 합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전문가 강연 내용을 토대로, 호르몬 치료의 실제 위험성과 이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호르몬 치료, 정말 유방암 위험을 높일까?
많은 분들이 호르몬 치료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유방암 걱정입니다. 실제로 2002년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 호르몬 치료를 5년 이상 지속했을 때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여성 기준으로 만 명당 8명 정도의 유방암 발생 위험이 확인되었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유방암 유병률은 미국과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만 명당 약 4명 정도로 계산됩니다. 물론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유방암 치료법과 조기 검진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제는 유방암의 생존율과 조기 발견율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호르몬 치료로 인한 유방암 발생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며, 발생 위험이 있어도 조기 발견으로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호르몬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이 월등히 개선되는 만큼,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방암보다 더 중요한 다양한 위험 인자들
사실 유방암은 호르몬 치료 외에도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방암 위험 인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나이
- 폐경 시기
- 출산 경험 유무
- 초경 시기
- 비만
- 음주
- 가족력
이처럼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며, 단순히 호르몬 치료만으로 유방암 위험을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호르몬 치료를 했다고 해서 모두에게 유방암이 생기는 것도 아니며, 발생하더라도 최근에는 조기 진단과 치료법이 매우 발전해 예후가 좋습니다.
유방암 외 호르몬 치료와 관련된 또 다른 위험은?
호르몬 치료에 대한 또 다른 우려 중 하나는 정맥혈전증입니다. 특히 경구용 에스트로겐 제제를 복용할 경우, 초기 몇 년 동안 정맥혈전증 발생 위험이 약간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위험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더불어 대장암의 경우, 호르몬 치료가 오히려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초기 단기간 위험을 제외하면 오히려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골다공증 예방과 삶의 질 향상에 탁월한 효과
호르몬 치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골다공증 예방 효과입니다. 여성은 폐경 후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며, 뼈의 밀도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남성은 노화에 따라 서서히 뼈가 약해지는 반면, 여성은 50대 폐경 이후 단기간에 급격히 뼈가 약해지는데요.
호르몬 치료를 통해 폐경 이후의 골밀도 감소 속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치료를 받은 여성은 10년 뒤 친구들과 비교해도 뼈 상태가 더 양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심한 폐경 여성에게 호르몬 치료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동시에,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약을 언제 끊어야 할까요? 적절한 사용 기간
많은 환자분들이 약을 먹고 증상이 좋아지면, "언제 약을 끊어야 하나요?"라고 묻곤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우산 비유’**로 설명합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비를 피하다가 비가 그칠 때 우산을 접듯, 증상이 개선되거나 호르몬 치료가 필요 없을 만큼 몸 상태가 좋아졌을 때 중단을 고려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처음부터 무조건 몇 년만 복용해야 한다거나, 오래 복용하면 위험하다는 고정관념보다는 자신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비호르몬 치료제의 개발도 활발
최근에는 기존 호르몬 치료제 외에도, 유방암 환자나 호르몬 치료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을 위한 새로운 비호르몬계 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입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지 않으면서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후 이런 약제가 상용화되면, 유방암 이력이 있거나 걱정으로 호르몬 치료를 꺼려온 분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전망입니다.
생활습관 관리도 병행해야
호르몬 치료와 더불어 비타민 D 섭취, 칼슘 보충,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은 햇빛 노출이 적어 비타민 D 부족이 흔하기 때문에, 뼈 건강을 위해 비타민 D 보충이 권장됩니다.
칼슘 역시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부족할 경우에는 보충제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생활습관 관리는 갱년기 증상 완화와 골다공증 예방에 시너지 효과를 줍니다.
마무리 : 호르몬 치료,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호르몬 치료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위험한 치료법이 아닙니다. 증상이 심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갱년기 여성에게는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는 치료법입니다. 유방암 발생 위험은 있지만, 그 위험은 과장되어 알려진 부분도 있으며, 조기 진단이 가능한 환경에서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항상 장점과 단점을 저울질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내 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폐경기, 이제 참지 말고 건강하게 관리하세요.